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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이근영

‘인디언’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수 있고, 스포츠팀의 마스코트가, 과자에 그려진 캐릭터가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새 깃털로 화려하게 머리 장식을 쓴 인물이 먼저 떠오르지 않은가. 우리는 인디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북미 지역만 한정해서 봐도 미국에는 570여 부족이 생활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는 600여 원주민 부족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인디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은 원주민 부족 중 극히 일부 사람들의 모습일 뿐이다. 게다가 ‘인디언(Indian)’이라는 명칭 또한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고서 인도로 착각한 데서 나온 용어였다.

당시 원주민들은 각각 자기의 부족을 구분 지어 부르고 있었지만, 바다 건너 온 사람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인디언’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후 북미 원주민들은 ‘인디언’이라는 한 단어로 통칭되었다. 이후 꾸준히 바다 건너온 이주민과의 갈등과 미국의 탄생 이후 원주민들의 문화를 바꾸려는 강제력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원주민은 이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인디언 대신 원주민들을 부르는 용어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아메리칸 인디언(American Indian), 네이티브 아메리칸(Native American), 퍼스트 네이션스(First Nations), 네이티브 피플(Native People), 인디저니스 피플(Indigenous People) 등의 말을 사용한다. 많은 용어가 나타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원주민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만족할 만한 용어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원주민들은 이보다 자신들의 부족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북미 대륙에는 570여 개가 넘는 원주민 부족이 있는 만큼 그 문화 또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자면 원주민들이 북미 대륙의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집 형태도 매우 다양한데, 주변에 얼음과 눈밖에 보이지 않는 북극에서는 눈으로 만든 벽돌로 이글루라는 집을 지었다. 북동부의 삼림 지역에서는 여러 세대가 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특징인 롱하우스를 지었으며, 북서해안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삼나무로 만든 플랭크하우스를 지었다.
건조한 남서부 지역에서는 진흙과 지푸라기로 만든 어도비라는 집을, 대평원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은 들소 떼들을 따라 이동하기 위해서 설치와 해체가 간편한 이동식 주거 형태인 티피를 만들었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기후와 지리적 특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와 생활 방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북미 원주민들의 문화는 이것이다라고 하나로 정의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원주민들의 공통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자 믿음인 순환적 세계관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북미 원주민들은 신-자연-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신은 자연의 동물과 식물에 깃들 수도 있고 인간에 깃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은 자연에게 배우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로 여긴다. 또한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역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원주민들의 이러한 믿음은 그들의 신화와 관습에서 찾을 수 있다. 알래스카 지역의 유피크족 사람들은 사냥한 물개의 방광을 말려 보관하다가 다음 사냥철에 말려 두었던 방광을 바다로 떠내려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작년에 잡았던 물개가 올해 다시 같은 물개로 돌아와 잡힐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왔다. 그리고 태기쉬족 사람들은 곰이 땅을 팔 때와 동물을 사냥할 때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 믿음은 곰과 인간이 결혼과 출산을 통해 서로 피로 맺어진 동족이 되며, 곰이 사람으로, 사람이 곰으로 변신한다는 내용의 신화로 나타난다.01

‘미타쿠예 오야신(Mitákuye Oyás'iŋ)’은 원주민의 순환적 세계관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평원 지역의 오글랄라 라코타 족 사람들의 인사말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모두 친척 관계’로 번역할 수 있다. 인간은 가족, 친구, 동물, 곤충, 식물뿐 아니라 바위, 강, 산, 계곡 등 모든 형태의 존재와 연결이 되어 있으며, 서로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룬다는 세계관을 담고 있다.

북미 원주민들이 생명이 없다고 일컫는 무생물도 자신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한데, 이는 수 족의 일원인 오글랄라 라코타 사람들에게 최고신인 와칸 탄카(Wakan Tanka)와 관련이 있다. 와칸 탄카는 우주의 모든 존재에게 영혼을 불어넣어 주는 최고신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두 와칸 탄카의 일부이며, 와칸 탄카 속에서 하나로 통합된다. 이 믿음 아래 인간과 자연, 무생물까지 포함하는 우주의 모든 것들이 서로 깊이 연관되며, 혈통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으로까지 발전한다.02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모든 내용을 현재 부산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덴버박물관의 소장 작품으로 구성된 이 전시에서는 북미 원주민들의 다채로운 문화와 생활 양식을 소개하며 다양한 문화 속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순환적 세계관을 담은 공예품, 의복, 생활용품 등을 전시한다. 또한 북미 원주민들의 역사를 담은 작품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북미 원주민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이 담긴 회화 작품 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03

이근영

역사학과 민속학을 공부하고 학예연구사로 근무 중

  • 01 강서정,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순환적 세계관」 문학과 환경17, 문학과환경학회, 2018 참조.
  • 02 김욱동,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생태 의식」 미국학논집35, 한국아메리카학회, 2003 참조.
  • 03 부산박물관 교류기획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미국 덴버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이어 부산박물관에서 2024년 10월 29일부터 2025년 2월 16일까지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