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성
『세상의 모든 종말론展』
(아마도) 멋지게 전시회 입장
피난유도등까지 없애버린 공간
아무것도 없는 전시실이야말로 느낌 있지 않아?
서로를 작품인 듯 구경하다가도
잘나신 작가님은 어디에?
아니, 나이스한 오지랖이란 게 있겠어?
응? 결혼은 싫어 (애는 싫진 않지만)
물려받을 돈 없인 철들고 싶지 않거든
그래?
전시 준비 중인 걸 전시하는 건 좀 뻔한데
뻔뻔하기까지 하네
흰 천으로 감싸려면 제대로 좀 하던가
흰 벽은 뭐든 갖다 걸고 싶을 정도로 너무 무해한데?
아니 무엄하다 해야 하나, 무료하다 해야 하나?
복도에 멍하니 있는데 모두가 동시에 주시한다
너는 너를 무심코 바라보는 이들을 개무시한다
무서운 일이 터졌을 땐 괜히 흥분되지 않아?
뉴스에 나올만한 건
밈으로 유행하는 건
전부 남의 이야기 같은데
다 헛소리, 재미없게
세상만사 전부 예술로 취급되는 날이 온다면
아름다워지려 무슨 짓거리인들 해도 될까?
(다들) 자존심에
삐딱한 태도로 대하면서 아닌 척
점잔 빼며 복제품의 뒷면만 바라보는 척
여전하네
애초에 지구상 어디에도 지속 가능한 건 없었거든
누구나 말은 잘해요
듣질 않아서 그렇지
즐겁던 한때가 가고 예정된 그날이 오면
너는 네 사람만 지키려고
문을 걸어 잠글 결심에
광적으로 심취하시겠지
그래서 뭘 감상했는지 기억에 남는 건 있어?
딱히, 그래도 괜찮으시죠?
퇴장은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고 그쪽도 아니라는데……
윤보성
199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17년 시인수첩을 통해 등단,
2022년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