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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나의 할머니들

임희정

임희정 <걸어간다>
2023, mixed media on canvas, 130.3x193.9cm

내 그림이 힙하대요.

“저 할머니 왜 이렇게 힙해?” 몇몇 관람객에게 들었던 말이다. ‘작업하면서 한 번도 생각지 못한 건데, 그런가? 힙하다니! 좋은 거잖아!’ 내가 생각하는 힙은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절묘한 조화이다. 그래서 빈티지 패션이, 레트로 굿즈가 힙하고 할매카세라고 불리는 노포 맛집이, LP 바가 힙하다. 그렇다면 이 시대 진정한 힙스터는 내가 그리는, 길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맞는 듯하다. 일단 거대한 화면에 원색이 시선 강탈이다. 투머치한 화려한 패턴이 분산되어 있다. 산, 바다 등 유치하리만큼 직관적으로 그린 배경이 보인다. 인물들의 표정은 시크하게 무심하나 발걸음에는 기운 생동함이 있다. 조금은 귀여운 오브제들 – 손 선풍기, 오이, 대파 등 생활 속 흔적들이 보인다.(관람자의 의견과 나의 주관적 견해를 모아보면 이렇다) 또한 주어진 역할과 환경에 최선이면서 계속 나아가는 진취적인 삶, 재미와 열정을 추구하는 삶,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믿으며 그 안에서 충족하고 충만함을 느끼는 삶을 사는 사람들. 그림 속 장바구니를 든 할머니들은 그럴 것이다. 외면뿐 아니라 내면까지 힙한 나의 이상향이었다. 때로는 흔들리는 내가 의지할 버팀목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늙어가길 바라면서.

임희정 <꽃같이>
2023, oil on canvas, 60.6x60.6cm

나도 힙해지고 싶어.

2019년부터 지하철역 부근에서 보이는 어르신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바구니를 든 할머니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거침없는 모습이 흥미로워 드로잉을 하였으나, 사실은 그들에게 느낀 어떤 불편함을 극복하려고, 귀여운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나의 성향인 것을 그때서야 알아차렸다. 페인팅 작업을 이어오면서, 불편한 감정을 왜 할머니로 풀게 되었나 스스로 들여다보며, 그 대상에는 완벽한 모성애에 대한 동경과 결핍, 두려움이라는 여러 감정이 녹아 있는 것을 느꼈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나, 엄마, 할머니로 투영되어 있었고, 곧 나를 이해하는 방법인 것을 작업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예술은 결국엔 작품보다 작가가 남는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하는 게 아직 예술이라 하기엔 모자라지만, 그 과정에 막 발을 들였다 한다면) 내 그림이 힙한만큼 나도 힙하고 싶다.

임희정 <Ammey Road(애미로드)>
2023, acrylic on canvas, 162.2x130.3cm

임희정

주변과 자극에 민감한 성향에 비해, 별다른 것을 꽤 하고 있다.
이 모험 불씨가 꺼지지 않길, 더 바람을 맞으러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