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송봉근
지난해 4월 부산문화재단 퇴사 후 사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예술인으로 삶을 살았던 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재단에 입사하였고, 재단에서 근무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에 대해 몸소 느끼고 경험하고 배우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내 삶에서 가까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소중한 기회임을 발견하고 있다. 공원에서 또는 길을 가면서 미술관, 공연장에서 한 번씩 뇌리를 스치던 문장이 있었는데 ‘문화 예술 향유의 기회 제공’이었다. 사업 기본 계획에 즐겨 사용하던 한 줄의 문장이었는데 정서적 안정감과 아름다운 상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예술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알아가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직장생활 가운데 퇴근(退勤)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출근(出勤)과도 같은 단어였다. 마냥 설렌다고 말하기 애매한 두 단어이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 휴식이라는 것을 찾고 싶은 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 같다.
어느 날 사내 밴드 동아리가 결성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때마침 밴드 동아리 섭외 부장님의 섭외 요청을 받게 되었고 인생 락앤롤 아니냐는 한마디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가입을 했다. 멤버 한명 한명이 모여 어느 순간 6인조 밴드가 결성되었고 각자 포지션을 정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대학에서 베이스기타를 전공했기 때문에 일렉기타를 해야 된다는 참신한 논리를 펼쳐 주셨던 밴드 대장님의 설득 아닌 설득에 넘어가 생애 처음으로 일렉 기타로 밴드 동아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산 하나를 넘어 드디어 2022년 4월 부산문화재단 최초 사내 동아리가 결성되었는데 여전히 산 넘어 산이었다.
팀 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이름들이 제안되었다. ‘지역개발채권’ ‘어쩌다밴드’ ‘업무보고’ ‘무밴드’ 등등. 그때 6명의 귀를 강타했던 네 글자가 있었으니 ‘지도점검’이었다. 당시 5월에 있을 지도점검을 준비하며 겪었던 애환을 의식의 흐름을 따라 뱉어내던 팀원들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우여곡절 많았던 밴드의 이름은 그렇게 정해졌고 그렇게 우리들의 감만동 블루스는 ‘지도점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4월이다 보니 각자 맡은 사업들을 진행하랴 5월 ‘지도점검’ 준비하랴 모이는 시간을 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먼저 첫 합주곡을 정했는데 Ben E. King의 Stand by me. 직역하면 ‘내곁에 있어줘요’라는 곡이었다. 선곡의 이유는 간단한데 코드 4개만 알면 연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첫 합주 일정을 잡고 시작한 첫 합주는 개성 가득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답게 정말 제각각이었다. 무조건 풀어야 하는 엉킨 실타래를 만난 기분이었지만 즐기는 마음으로 첫 합주를 했다.
존레논의 imagine을 두 번째 합주곡으로 연습하며 매주 모여 기량을 닦던 우리는 조금 더 강력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공연을 해보기로 결정하고 우릴 섭외해 줄 곳을 찾아 다녔다.
그러던 중 문화다양성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첫 공연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개인 사정으로 참여를 못해 아쉬움이 가득 남았다.
이후 부울경 비치코밍 투게더에 초청 받아 공연을 준비하며 싸이의 ‘예술이야’를 밴드 사운드로 커버했었는데 곡을 선곡할 당시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예술이다”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떠오른다.
돌연 보컬의 퇴사 소식으로 인해 밴드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새로운 보컬을 영입하며 지도점검의 시즌2가 시작되었다.
하반기가 될수록 각자의 업무가 바빠서 모이기 힘든 날도 있었지만 모이면 여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새롭게 피아노를 맡았던 박모 선생님은 피아노를 쳐본 적이 없던 왕초보였는데 점심시간마다 감만 사랑방에 있는 피아노로 합주곡을 연습하며 합주를 준비해오는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열정에 기름 붓기라는 표현처럼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이후 지도점검 단독 공연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단독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30분 공연을 목표로 곡을 정하고 각자 파트를 익히며 연주를 가다듬고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각자의 소리를 찾아가는 시간을 통해 어색하고 투박하지만 지도점검만의 사운드를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경험해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희열이 있었다.
내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밴드라는 공동체 안에서 내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그리고 내 소리가 음악으로 들리는지, 다른 사람은 어떠한 소리를 내는지,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지만 귀 기울이면 충분히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 소리 혹은 상대방의 소리 크기를 높이거나 낮추어 보는 조정 시간을 통해 지도점검이라는 밴드 공연이 만들어졌다.
2023년 4월 18일 밴드 지도점검의 스페셜 단독 콘서트 ‘어쩌다 콘서트’를 하게 되었다. 4월 28일이 마지막 근무일이었던 나에게는 몹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공연 당일 잔디마당에 스피커와 악기를 세팅하고 공연을 시작하려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스피커와 마이크 스탠드가 쓰러지고 비가 눈 앞을 가리는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웃으며 연주하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첫 곡이 들국화의 ‘행진’이라는 곡이었다. 많은 직원들이 함께 소리 지르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30분간의 스페셜 단독 콘서트를 마무리한 지도점검은 함께 짜장면을 먹으며 그날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돌아보면 나에게 있어서 부산문화재단은 참 많은 추억이 담겨있는 곳이다.
그리고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1년 365일 불철주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재단 직원들의 수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기를 기대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을 통해 아름다운 추억과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 줄 수 있는 부산문화재단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송봉근
퇴근과 출근이라는 애매한 두 단어 사이에서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꿈꾸는 직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