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박재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서, 어느새 2년 넘게 홍티아트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부족함이 많아 고생을 했지만, 인내심 많은 선임 분들 그리고 시설에서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하는 작가님들의 이해 속에 어찌저찌 일을 해내고 있다. 그래도 이따금 벅찰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이전에 이룬 작은 성취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힘을 내려고 한다. 얼마 안 되지만, 내가 이뤄낸 작은 성취들이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경험들은 주로 몸으로 뛰어다니며 고생한 경험들이다. 영화과를 다니며 배운 것 중 하나는 ‘고생은 반드시 미화된다는 것’이다. 촬영장에서 아무리 죽도록 고생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인상만 남는다는 점은 영화과의 오래된 미스터리 중 하나다.
고생의 기억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호주에서 온 ‘매튜 뉴커크’ 작가와의 일화들이다. 매튜 작가는 굉장히 유쾌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사람들과도 곧잘 친해졌고, 외국인이라 다니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 터임에도 이곳저곳을 잘 돌아다니며 늘상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오곤 했다. 그런 그에게도 작품을 위한 재료를 사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작가는 설치 작품을 만들기 위해 PVC 파이프와 조화를 필요로 했다. 호주 작가를 도우면서 생전 해본 적 없던 영어 회화를 하며, 부단히 애를 썼다. 부족한 예산안에 맞추기 위해 여러 파이프 업체를 작가와 함께 돌며 단가를 맞추려 했고, 조화를 찾기 위해 부산진시장을 온종일 돌았다. 아무리 찾아도 예산에 맞는 단가의 꽃을 취급하는 데를 찾지 못해 포기하려던 때에 마지막으로 들린 가게에서 단가를 맞췄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기쁨도 잠시. 산 넘어 산이라고, 작품을 설치하는 일도 난관이었다. 무게가 있고 무게중심이 넓게 펼쳐진 조형물을 천장에 매달아야 했다. 조형물을 줄에 매달아 끌어올리던 중 줄이 끊어져 추락했을 때, 마음도 ‘쿵’ 하고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작업실에서 쉬고 있던 다른 작가님 한 명까지 합세해 설치에 힘을 모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작품을 천장에 매다는 데 성공했다. 뒤로 물러나 설치된 작품을 보면서 나는 온몸이 저릿해 오는 것을 느꼈다. 작품이 주는 위압감과 생경함 그리고 기괴함이 몸으로 느껴졌다. 작품이 좋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렇게 고생해서 설치를 했기 때문일까.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간에,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작가의 전시는 내 기억 속에 굉장히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매튜 작가와는 아직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래도 해프닝으로만 남게 되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생은 결국 미화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고생은 다시금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가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오늘도 새로운 고생을 자처하고 있다.
박재현
부산문화재단 문화공간팀에서 근무중이다.
요즘 식물에 많은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