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박정윤 사진박병민
누운 상태로 기지개를 펴고 아기 자세로 척추를 이완한다. 손목발목, 무릎을 회전하고 척추 비틀기를 한 다음 복근 운동으로 열을 낸 후 롤업(등부터 일어서기)으로 일어난다. 특히 거리 공연 또는 장소특정 퍼포먼스가 있는 날이면 충분히 워밍업 후 하루를 시작한다. 공복을 달래고자 간단한 식사 후 퍼포먼스에 사용할 음악과 의상, 소품과 촬영도구, 기계 등을 챙겨 장소로 이동한다. 거리공연의 리허설은 일종의 홍보역할을 같이 한다. 거리와 공간에 음악이 울리고 행위를 하다 춤추고 있으면 주변의 상가, 그곳을 오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춘다. 가끔 비 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까?
작업을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우리는 왜 움직여야 하는가?’이다. ‘왜’라는 질문은 공연의 방향과 색깔, 주제를 묶어 독특한 움직임을 끌어낸다. 준비기간 동안 응축하는 움직임을 발견해내면 함께하는 크루(춤꾼, 스태프)와의 소통이 단단해진다.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를 담아내기 위함이라고 한다. 춤은 몸이라는 매개를 통해 공간 속의 공간을 새롭게 창조한다. 특히 그 공간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이 우리의 공연을 통해 어떤 감정의 변화를 느끼길 바란다. 그들의 하루에 생기가 채워진다면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시간과 느낌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11년 동안 ‘더발레프로젝트’가 활동하면서 공간과 주고받은 큰 힘은 공간을 통한 공감이다.
감천문화마을 반딧불이 입주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레지던스로 지낼 수 있었다 (2020~2022). 입주작가에게는 유휴공간에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아 레지던스가 가능해야 한다. 반면, 앞선 3년 동안 입주해 있었던 감만창의문화촌이라는 공간은 공연예술단체에 필요한 연습실과 다양한 예술분야 작가들이 한 자리에 밀집되어 편히 교류 할 수 있는 융합적인 공간이었다(2017~2019).
레지던스의 강점은 특정 지역을 더 깊숙이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마을 곳곳을 누비며 지역민과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한다. 특히 감천문화마을에 살고 있는 소수 어린이들에게는 놀이터와 횡단보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구청에서 놀이공간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용도를 변경해버렸고, 구불구불한 골목 어귀에서는 늘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다.
‘57project’는 입주 공간 주변에 있는 골목 계단의 숫자를 착안하여 제목을 지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60분 동안 퍼포먼스로 구성하여 예술가들과 비예술가들이 함께 바닥에 앉아 횡단보도와 놀이터를 그리고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완성해 나간다. 안전요원도 차량통제 보다는 차량통행이 위험하지 않도록 퍼포먼스에 참여한다.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나한테 달려있다. -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29회, 김수현
춤은 아름다운 고강도 운동이다. 몸에 열을 내면 면역력이 높아지며 혈액순환을 돕고 관절과 근육이 보다 부드러워진다. 몸이 부드러워지면서도 뼈를 강화해서 건강에 이롭고 무엇보다도 나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어제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 다음 날 컨디션이 달라진다. 표현의 매개인 몸과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건강한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더발레프로젝트의 움직임은 우리의 삶이 더 건강하기 위해 자연생태 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주변의 위험요소를 개선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조금씩 공간을 회복하다 보면 매일 걷는 길이지만 그 길이 다르게 보인다. 나는 그런 삶이 좋다.
건강한 예술은 건강한 예술가들이 만들어 나간다. 6년 동안의 입주단체 활동, 서울무용센터의 생활, 도시재생과 예술과의 연결지점 등을 통해 다시금 확신이 드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다.
우리 지역은 과연 ‘사람’에게 초점을 두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예술가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인지 주위를 둘러 본다. 또한 지역 예술향유인구 성장을 위해 감각적이고 참신한 진행형 인지에 대해서도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거리공연 및 장소특정 퍼포먼스 활동을 통해 다양한 예술기획자 및 부산문화재단 담당자들과 행보를 함께 해왔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은 예술가와 현장 관객들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기획자다.
머리로만 구상하고 현장 한 번 못 들리거나 예술가와 소통이 미숙한 기획은 탄로가 나고 만다. 바로 관객들에게 말이다. 또한 오늘날에는 예술작업을 홍보하는 기획자의 능력이 중요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지게 하는, 기획자의 미적 감각을 동원한 설득력 있는 기획력이 절실하다.
예술을 창조하고 실천하는 역할은 사람이다. 좋은 작품은 관객 및 예술 향유자들과 예술시장이 알아본다. 하지만, 잠재적 감각과 가능성을 지닌 한 사람의 예술가를 발굴해 나가는 것은 결국 예술기획자들의 역할이다. 보이기 쉽지 않는 일이다. 이럴 땐 입주작가들의 문을 자주 두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더발레프로젝트는 그러한 기획자들과 함께 성장해 오고 있다. 자주 만나 차 한잔 우려마시고 식사 한 끼 나누며 이야기를 쌓아왔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지치고 힘들지만 예술가들과 함께 걷기를 자처한 그들의 역량과 미적 감각이 종종 그립다.
삶은 긴 마라톤이다.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고 내일이 다가온다. 습관이 태도가 되고 미래가 된다는 말을 늘 기억한다. 그래서 과거-현재-미래의 키워드가 균형이 잘 맞아가고 있는지 고민한다. 중요한 지점은 세상의 소수가 정해놓은 유용함 뿐만 아니라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유용함을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며 지켜나가는 삶을 이어나가고 싶다. 사람들은 이들을 예술가라 부른다.
몸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자연생태 위기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잃어가는 데서 시작된다. 더발레프로젝트는 몸이라는 공간과 도시라는 공간을 예술적 행위로 매개하여 회복 지점을 찾으려 한다. 오래된 것들,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고 없애버리는 삭제의 도시가 아니라 지켜나가되 현재 우리가 최선으로 할 수 있는, 회복 행위의 선택과 유지가 필요하다.
현대사회가 과거의 공간을 삭제해서 그럴까? 사람의 도리도 삭제되어간다. 시대가 변해도 지켜나가야 할 태도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삶이 필요하다. 우리는 삭제의 도시에 살고 있는가, 재생하고 회복하는 도시에 살고 있는가? 이런 극단의 불균형 속에 진행된 파괴와 대량생산은 자연생태의 위기와 기후재난의 시대를 만들었다. 몸짓으로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으로서 몸과 정신이 매개하는 회복의 행위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더 많은 사람이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따스함을 토대로 살아 나갈 수 있는 힘을 채워 넣으며 예술을 마음 한 켠에 담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연속성 있는 몸짓을 통해 삭제 행위를 지연시키고자 한다. 그 행위가 회복하는 삶으로 이어져 오늘이 소중하기를 몸으로 말하려 한다.
박정윤
컨템포러리댄스 연출가이자 춤꾼 더발레프로젝트 대표.
발레를 기초로 현재는 현대춤과 힙합, 요가, 한국춤을 두루 움직이며 실용적인 예술을 현실화 하는 몸과 움직임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