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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악적 토요일

이가온

나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엄연한 작곡가이자 작사가이다. 그 이야기는 3년 전에 참여한 ‘나도 꼬마 작곡가!’(이하 꼬작) 프로그램과 2년 전에 참여한, ‘우리 동네 동요 만들기, 푸슈쿵!’(이하 푸슈쿵) 프로그램에서 시작된다.

엄마는 어린 내가, 내 마음대로 노래를 지어 부르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고, 그래서 SNS를 통해 ‘꼬작’을 알게 되었을 때 신청기간이 되길 손꼽아 기다렸단다. 나는 학교 방과후나, 문화센터처럼 취미수업이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첫날, 첫인상인 비콘그라운드 공간이 참 멋있었고, 이어서 만난 선생님들의 분위기부터 받은 교재의 디자인까지 한마디로 이 수업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 만난 친구들과의 어색한 분위기는 ‘리듬기차’ 활동을 하며 웃다보니 풀어졌고 즐기다보니 어느새 2시간이 다 지나있었다.

집이 멀다 보니 토요일마다 늦잠은 자지 못했지만 수업을 시작하면 모든 잠이 싹 달아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특히 호른,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넷, 비올라, 첼로 등의 악기를 실제로 봤을 때가 제일 설레고 재미있었다. 평소 영상으로만 봤던 악기들의 소리를 요청하기도 하고 직접 만져 볼 수도 있어 정말 신기했다.

코로나가 심했을 때는 선생님과 1:1 줌 연결을 해서 악보를 짰다, 오선지 위에 음표 대신 선과 모양으로 낙서하듯 그림을 그렸는데 이걸 ‘그래픽 악보’ 라고 했다. 내 마음속 곡을 떠올리며 길이에 따라 선을 긋고 높낮이, 분위기대로 모양을 그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며 다듬었다. 그러고나니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이, ‘내가 진짜 이걸 만들었다고?’ 가 저절로 나오는 곡이 완성되어 있었다.

발표회를 앞두고 직접 여섯분의 연주자분들과 만나 연주해볼 때는,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말씀드리면 그대로 척척 표현해 연주자님들께 감사함이 저절로 느껴졌다. 특히 리코더 연습을 자꾸 틀리는 부분을 재미있게 표현해주셔서 들을 때 마다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음악을 만들고 나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곡이 아닌 가사가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인데 그때 엄마가 푸슈쿵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보셔서 선뜻 알겠다고 대답했다.

푸슈쿵의 수업은 두 타임으로 나뉘었는데, 앞 타임에서는 직접 노래를 부르고 음악의 분위기와 멜로디를 정했다. 멜로디를 정하는 것은 악기를 연주해 보거나 오선지에 그리는 대신, 벽에 오선지 모양의 천을 붙여 놓고 원하는 곳에 작은 공을 음표처럼 붙이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주로 게임을 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가사를 썼다. 친구들, 언니들과 캠퍼스 D 중간 마당에서 게임을 하다보면 누가 술래인지 몰라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푸슈쿵 1기때부터 참여했다던 6학년 언니들은 4학년이던 그때의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푸슈쿵 발표회가 다가오자 곡을 만들고 가사를 짓는 것 말고도 다른 작업을 했다. 별도의 녹음실에 들어가 녹음도 하고, 합창곡도 연습했다. 우리동네의 장영실 과학동산을 방문하여 만든 합창곡의 가사는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잊히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발표회를 할 때, 다른 저학년들이 만든 곡들도 들어 볼 수 있었고, 내가 만든 노래를 내가 직접 부르니 가수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2년 동안의 토요일을 바쁘게 보냈지만, 꼬작과 푸슈쿵에 참여한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그 수업들은 지금의 내가 음악을 감상하며 상상해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중학년 때의 멋진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었고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올해 3학년이 된 내 동생은 자기도 푸슈쿵을 하고 싶다고 벌써 몇 년째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마 내년부터는 내동생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 생길 것이다. 엄마아빠의 카톡 프로필과 릴스로 재생되는 ‘내 음악’이라는 멋진 추억이 말이다.

이가온

수박과 냉모밀, 워터슬라이드를 좋아하는 여름아이.
합창단과 우쿨렐레로 음악적 토요일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