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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가득한 세상

박보은

나는 꿈을 꾼다. 우리는 꿈을 꾼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룰 수 있을까?”. 막연하거나 허황된 꿈이라면, 누군가는 툭 던지듯 말할 것이다, “그건 무슨 ‘뜬구름01’ 잡는 소리야?”.

‘뜬구름 잡는다’는 말은 막연하거나 허황된 것을 좇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번 여름의 주제로 잡은 ‘뜬구름’은 이재균 작가의 작품에서부터 시작한다.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실재와 가상의 시각적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인간의 시각적 경험은 사진이나 비디오 등의 매체를 통해 변화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은 사진이나 비디오를 편집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증가시켰다. 이렇게 재생산된 디지털 이미지는 원본의 유무보다는 변형이 중요해졌다. 디지털 이미지는 정보의 형태로 생산되고 저장되며 전송되기 때문에 변형이 쉽다. 이재균 작가의 작품 <인사이트(InSight)>(2022)p.2~3은 실제 화성을 찍은 원본과 지구에서 찍은 이미지, 가상의 3D 모델링 이미지를 중첩하여 만들어낸 허구의 이미지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화성의 이미지는 현실과 실재, 대상으로부터 이미지를 해방시킨다. 실제로 찍은 화성의 이미지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환영의 공간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시옹(simulation)02 이론인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과 연결된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로서 실재와 복제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작가의 화성 이미지는 시뮬라크르(simulacra)03로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공간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이다. 우리는 직접 화성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보여지는 것을 그대로 믿게 된다. 이런 화성의 이미지는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미지에 의해 지배받게 되므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은 가상과 실제 그 사이의 혼란을 준다.

오늘날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정교한 이미지로 상당한 수준의 실재성을 확보하고 있다.04 이재균 작가가 만들어내는 하이퍼-리얼리티(hyperr-reality)는 현실과 시뮬라크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극실재가 현실을 대체한다. 오늘날의 시뮬라크르는 흉내 낼 원본도 재현할 사실성도 없는 실재로서,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이미지를 산출한다.05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시뮬라크르를 단순한 복제의 복제물이 아닌, 독립성을 가진 것으로 본다. 또한 들뢰즈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가는 역동성과 자기 정체성을 지닌다고 한다. 이재균 작가의 이미지도 시뮬라크르로서 실재와 실제가 혼재된 독자적인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는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인류지만, 때로는 가상의 세계 속을 직접 유영하며 퍼포머처럼 행동한다. 작가는 작품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2022)을 통해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한 원초적인 요소들을 보여준다p.5. 그는 직접 행동하며, 닿을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한다. 미디어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화성에서 살 수 있다’는 말이 마치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듯, 작가는 우리가 화성에서 살아갈 수 없는 이유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작가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 X(Space X)’를 주요하게 다룬다06. 일론 머스크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우주 산업, 특히 우주여행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 X’는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며, ‘진짜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화성 진출 꿈은 ‘화성 갈끄니까07’라는 밈으로도 탄생했다. 밈은 사회적 현상이나 이슈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새로운 문화 현상을 창조한다. ‘화성 갈끄니까’의 의미는 다양한 사회 현상과 맞물려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도지 코인(Dogecoin)08 가격이 끝없이 오르기를 희망하며 외치거나, 자신이 바라는 무언가가 더 높이 상승하길 바라며 외친다. 이는 마치 뜬구름을 바라보며 외치는 것과 같다. 미래를 고대하며 ‘화성에 갈끄니까’를 외치는 우리는 어떤 허상을 바라고 있는 걸까?

미디어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미디어가 메시지가 되고 있다09.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꾸며졌을지 모를 미디어의 이미지에 열광하고 있다. 미디어는 다양한 ‘이미지와 기호’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실재하는 것처럼 재현한다10. 그렇게 우리는 디즈니랜드처럼 기호와 이미지로 만들어진 컨셉츄얼한 공간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미디어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잡을 수 없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이러한 허상에 자꾸만 집착하고 욕망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진실이라 믿고 싶은 실재를 찾으려 할 것이다. 다시 이재균 작가의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그의 사진에서도 진실과 거짓을 찾아내 구분 짓기 어렵다. 어쩌면 작가는 미디어 매체가 만들어내는 세상 속에서, 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길 바랐는지 모른다. 닿을 수 없는 하늘에 떠 있는 뜬구름을 찾고 있을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뜬구름을 좇다 보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유토피아를 그려보며, 이번 호의 서문을 열어본다.

이재균 <큐리오시티 #메멘토(NWA6162 화성운석)> 2022

박보은

로컬 생산자. 디자인 스튜디오 ‘로크 스튜디오’ 운영.
부산에서 로컬 관련 기획 및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역에 대한 이야기와 연구를 기록하며 써내려가고 있다.

  • 01 덧 없는 세상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02 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의 동사적 형태로 사용되어 ‘시뮬라크르를 하기’로 해석된다.
  • 03 프랑스어인 시뮬라크르(simulacres)는 명사로서 단어 자체 의미로 모방, 모사의 의미이다.
  • 04 마이클 하임, 가상현실의 철학적 의미, 여명숙 역, 책세상, 2001 참조.
  • 05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하태완 역, 민음사, 1992 참조.
  • 06 이재균 작가 사이트, leejaekyun.com/Newspace-spectacles 참조.
  • 07 나몰라패밀리의 콘텐츠(2021)에서 탄생한 밈.
  • 08 도지 코인은 시바견 얼굴이 새겨진 밈 코인(2013)으로, 일론 머스크가 처음으로 도지코인을 언급(2019)하며 가격이 폭발적으로 오르게 되었다.
  • 09 마샬 매클루언의 미디어 이론 ‘미디어가 메시지다’.
  • 10 보드리야르는 디즈니랜드를 시뮬라시옹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