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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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 20대 절반을 함께했던 부산문화재단을 떠났지만, 내 삶은 여전히 그 시절을 담
                       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에서 행사를 기획하던 나는 이제 그 행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
                       이 되었고, 견적서를 검토하던 나는 직접 견적서를 작성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 가끔
                       촬영 현장에서 생기는 예기치 못한 일들도 재단에서 현장 민원을 처리하던 경험 덕분에 능
                       숙하게 처리할 수 있다. 지금에야 별 것 아닌 일들이지만 부산문화재단에서의 경험이 없었

                       다면 많이 어려웠을 일들이다.


                       퇴사 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나의 삶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부산
                       문화재단에서 보낸 시간은 내 일과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였기에, 그 시간들을
                       쉽게 잊을 수 없다. 동료들에게 받은 응원과 위로 그리고 부산문화재단에서 일하며 여러 사
                       람들에게 배운 삶의 태도들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나에게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가끔 부산문화재단을 ‘우리 회사’라고 부를 때 흠칫하며 아, ‘우리 회사’가
                       아니지 하고 바로잡기도 하지만, 재단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하면 글쎄... 여전히 ‘우리
                       회사’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끝으로 눈치도 다소 부족하고 재주도 미미하던 내가 이제 자영업자로서 한 사람 몫을 해낼
                       수 있는 이유는, 이 글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기회를 빌
                       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나도 행복할 테니 당신도 꼭 행복하기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마냥 좋아서 저장해두었던 영화 <벌새>의 대사로 글을 맺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은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다.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하영문
                         부산문화재단에서 스물다섯 살부터 서른한 살까지 업무보고로 이야기하던 사람.
                              재단을 떠난 후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2년 차 자영업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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