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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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그리고 , 지금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글. 박재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서, 어느새 2년 넘게 홍티아트
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부족함이 많아 고생을 했지만, 인내심 많은 선임 분들 그리고 시설
에서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하는 작가님들의 이해 속에 어찌저찌 일을 해내고 있다. 그래도 이
따금 벅찰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이전에 이룬 작은 성취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힘을 내려고 한다. 얼마 안 되지
만, 내가 이뤄낸 작은 성취들이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경험들은 주로 몸으로 뛰어다니며
고생한 경험들이다. 영화과를 다니며 배운 것 중 하나는 ‘고생은 반드시 미화된다는 것’이다.
촬영장에서 아무리 죽도록 고생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인상만 남는다는 점은 영화과의
오래된 미스터리 중 하나다.
고생의 기억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호주에서 온 ‘매튜 뉴커크’ 작가와의 일화들이다.
매튜 작가는 굉장히 유쾌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사람들과도 곧잘 친해졌고, 외국인이라
다니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 터임에도 이곳저곳을 잘 돌아다니며 늘상 새로운 친구
를 사귀어 오곤 했다. 그런 그에게도 작품을 위한 재료를 사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작가는 설치 작품을 만들기 위해 PVC 파이프와 조화를 필요로 했다. 호주 작가를 도우면서
생전 해본 적 없던 영어 회화를 하며, 부단히 애를 썼다. 부족한 예산안에 맞추기 위해 여러
파이프 업체를 작가와 함께 돌며 단가를 맞추려 했고, 조화를 찾기 위해 부산진시장을 온종
일 돌았다. 아무리 찾아도 예산에 맞는 단가의 꽃을 취급하는 데를 찾지 못해 포기하려던 때
에 마지막으로 들린 가게에서 단가를 맞췄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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