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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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다시 돌아보며 ‘이게 정말 맞는 건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긍정과 부정을 명확히
구분하는 과정을 거쳐요. 때로는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점검하고, 때로는 자신과 타협하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셈이죠.
그 과정을 거닐고 있을 지역 안무가들에게,
앞서 걸어가고 있는 선배 안무가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 것 같아요.
재현 특별히 전할 메시지는 없어요. 고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거니까요(웃음).
다만, 꼭 말하고 싶은 건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쭉 하면 된다’는 거예요. 이 길이 맞지 않다고 느끼면
몇 번이고 돌아보고, 잠시 그만뒀다가 다시 돌아오면 되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힘들게 할 필요도 없어요. 무용을 선택했을 때는 행복해야 하잖아요. 만약 춤이 고통스럽다면
굳이 계속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잠시 멈췄을 때, 그럼에도 무용이 가장 행복하다면 그때 다시 선택하면
되는 거죠. 당장 어떠한 조언보다는, 각자 알아서 자신의 길을 찾으면 좋겠어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디든 그 지점은 꼭 행복이었으면 하고요.
작품을 완성하는 최종 파트너, 바로 ‘관객’인데요. 공연을 보고 난 후,
관객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돌아갔으면 하나요?
재현 한번쯤 ‘이게 뭐였지?’ 하고 생각해서 봐주시면 좋겠어요. 길을 걷다가 혹은 잠들기 전,
문득 한 번이라도 작품을 떠올린다면, 관객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파문 하나만 일으켰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수선되는 밤>은 난민 문제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처음엔 저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집이 없는 사람을 보고
난민이라고 하듯, 우리도 떠돌아다니는 난민처럼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만
있을 뿐, 어쩌면 모든 사람이 겪고 있을 그 마음을 담백하게 담아보았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도 인간의
아픔이나 군상 같은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하고, 관객들에게 새롭고 솔직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박재현
경희댄스시어터 대표.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고 언제나 부산에서 활동하고 싶은, 예술가이고 싶은 안무가.
<노년의 기록>, <금홍아 금홍아>로 부산무용제 대상 등 다양한 작품을 수상했으며
올해 국립현대무용단 ‘코레오 커넥션’ 프로젝트에 <수선되는 밤>이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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