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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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신작 <수선되는 밤>이 더욱 기대되는데요.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재현      <수선되는 밤>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지역 극장과 협력해 창작자를 발굴하고 현대무용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코레오 커넥션’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부산·경남권에서만 12팀이 지원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는데, 그 가운데 <수선되는 밤>이 선정되어 정말 기뻤죠. 참여한 안무가들 모두
             훌륭한 분들이라, 누가 뽑혔더라도 당연하게 여겼을 거예요.
             <수선되는 밤>에서 ‘수선(垂線)’은 직선이나 평면과 직각을 이루는 선을 의미해요. 수선은 완벽한 선이지만,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더 이상 수선이 아니게 되잖아요. 그래서 수선을 유토피아에 비유했어요.
             우리가 꿈꾸는 완벽한 삶, 이상적인 삶에 가까운 모습이죠. 작품 안에서도 난민들이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 그 앞에 도달하지 못해요.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이 그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다투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기도 하잖아요. 이런 요소들이
             오히려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를 방해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완벽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완벽함은 결국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보는 거죠. 사실 완벽이라는
             정의도 누군가가 정한 기준일 뿐이잖아요. 굳이 비교해서 불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듯,
             오히려 내가 처한 상황 자체가 완벽할 수도 있듯 말이죠.



             안무가님의 작업 방식도 항상 그 완벽함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수선되는 밤>을 통해 느낀 점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재현      저는 작업할 때 약간 편집증적인 면이 있어요. 예전에는 1분 1초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작품의 모든 부분에서 완벽함을 추구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리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결과물에도 허점이 보이더라고요. 이번 <수선되는 밤>에서는 그런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조금 내려놓고,
             무용수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기 시작했어요. 제가 지시한 대로만 움직이는 것보다, 무용수 스스로가
             선택하고 해석해서 춤을 출 때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왔거든요.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무용수를 믿고
             맡기고 있죠. 비록 어떠한 기준에서 봤을 때는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수선되는 밤>은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 중 가장 근사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안무를 구성할 때 작은 감정이나 사물에 집중하신다고 들었어요.
             섬세한 부분을 무대에서 구현해 내기 위해 디렉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재현      디렉팅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예요.
             물론 무대 구성, 조명, 의상도 중요하지만, 결국 춤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작품을 만들 때는 먼저 주제를 공유합니다. 무용수들이 리서치를 통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지
             정리해 오면,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해요. 예를 들어, 10명의 무용수에게 질문을 던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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