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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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초고령화 도시 상위권에 속하는 곳이다. 지역소멸위험 기초지자체가 몇 군데나 있다.
빈집이 많고 청년들은 유출된다고 하고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많은 도시가 되었다. 어느 영화에서
부산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나왔는데 『노인과 바다』라는 책이었다. 노인은 본인만의, 1인의, 공간에서
고독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나는 아빠와 살고 있는, 어쩌다 보니 캥거루족이 되어 있는데,
종종 생각하길, 아빠는 외로운 1인 가족, 노인으로 살고 계시지 않은가 싶다. 회사에서 일하고 먹고,
집 밖에서 운동하고 취미 생활하고. 주말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으니, 같이 살고 있지만 따로 살고 있달까?
이 정도면 하숙생 1명 거둔 1인 가족이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는 함께 나이 들어가며 부산의 초고령화에
기여하고 있을 수도 있다. 고독, 외로움이라는 지역소멸 위험지역의 사회문제에 직면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사는 곳은 해운대구인데 초고령화로 유명한(?) 원도심, 중구는 오죽할까. 초고령화를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나이 듦이 뭐 어때서? 혼자 사는 게 뭐 어때서? 반박하고 싶지만.
원도심, 중앙동에는 40대 초반에 들어선 내가 선배들로부터 이따금 전해 들었던 곳들이 있다.
다락방의 고 주경업 선생님, 양산박의 고 이상개 선생님. 이분들의 작고 소식을 통해 접했던 공간들이다.
그 사이에 ‘계림’이 있다. 계림? 중국 계림을 말하나? 지난 40~50년의 세월 동안 여섯 번째 사장님이 되신,
한근이가 잘 알아, 라며 답하기를 피하신 여사장님도 부산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님도 왜 계림인지
모르셨다. 이름의 의미는 몰라도 두 분의 공통된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소 중
하나였다.
특히 화백이라 불리는 분들의 집합소. 오다가다 네 번쯤 만나면 명함을 주고받거나 통성명을 한다.
다섯 번째가 되면 친구가 되어 있다. 여사장님이 첫 만남에 명함 주고받지 않았냐고 거드신다.
옆 테이블에 손님 세 분이 오셨다. 또 그 옆 테이블에 어르신 세 분이 오셨다. 작은 공간, 계림은 손님들의
이야기로 넘쳐난다. 행사장에서 챙겨온 빵과 케이크를 나눠드렸다. 김소장님의 부산 근현대사 한 장면에
대해 수업(?)을 듣던 중 여사장님께서 우리가 시키지 않은 안주 한 접시를 내어주셨다. 빵과 케이크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옆 테이블에서 보내주신 음식이었다. 그리곤 첫 만남에 우리는 명함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3년 전 부산으로 내려와 송도에 살고 있다는 사진 작가님과 1년 만에 만나러 온 친구분들.
사진 작업, 인생 이야기부터 “우리가 남이가”라는 대사로 유명해진 정치사의 한 장면에 대한 의견 충돌까지.
정치사에 대한 견해는 비록 다를지언정, 우리는 각자의 현재진행형 삶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루어질는지 알 수 없는 1년 뒤의 만남을 기약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가 나눈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情)? 정을 나누었다는 것은 고독, 외로움과는 상반되는 것 아닌가?
원도심, 중앙동에는 어째서 예술인들이 많이 모였나요? 나는 예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시청이 있었기 때문인가요? 시청도 시청이지만 수십 년 전에는 이 지역에 주요 언론사들이 자리했었다.
시청 공무원도 지역 언론사 기자들도, 특히 문화부, 문화예술계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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