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2024 공감그리고 겨울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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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듯 오갔다.
           어떻게 기하학적인 이미지밖에 없는 육면체의 선들을 인간미가 꿈틀거리는 예술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또 세련된 현대적 감각과 작품성 그리고 품격도 함께 발현되게 해야 하는데...



           일단 시작(試作)을 만들어 봐야 했다.
           처음엔 철사와 점토로 형태를 만들어 보다가 이리저리 기법과 재료를 바꾸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실험 재료로 포맥스(formax, 석유화학 제품으로 열에 약한 간판 재료)를 발견하면서
           가능성은 대박이 되었다. 간판 재료상에서 구할 수 있는 포맥스는 베니어판 같이 각종 두께로 된
           흰색 판의 형태인데, 비싸지만 두꺼운 것은 3cm 정도인 것도 있었다.
           표면의 딱딱함과는 달리 커터 칼로도 잘 잘라지는 재료의 특성상 두께만큼의 너비로 선을 긋고
           커터 칼로 잘라 정사각기둥 모양의 작대기를 여럿 만들었다. 그 후 이들을 다시 잘라 접착제로
           정육면체의 모양을 만든 뒤, 접착 부분이 단단해지면 온풍기의 뜨거운 바람을 이용해 직선의
           선들을 구부리거나 이리저리 비틀어 내가 생각한 작품적 요소들을 어렵지 않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조각 작품은 보통 흙이나 석고 아니면 가변성 있는 재료들로 원작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를 목재나 석재 혹은 금속주물의 과정을 거쳐 영구 작품화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데 목재나
           석재로 영구화 작업에 들어가는 작품들은 원작 본래의 크기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비례자를
           이용해서 줄이거나 키워 현실화할 수 있다. 하지만 금속주물의 경우는 원작을 가지고 본을 뜬 뒤,
           그 본 속에 쇳물을 붓는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원작 그대로의 크기로밖엔 현실화가 안 된다.
           나의 작품들은 거의 금속 작품들이고 브론즈나 스테인리스 주물 작품이 많은 편인데, 대개는

           1차의 포맥스 원작이 아니라 크기에 따라 재료도 달라진 실물 크기의 2차 원작으로 주물공장에
           의뢰한다. 이때 주물공장에서는 여러 주물과정에서의 유의점과 표면처리까지 작가의 의도를
           분명히 숙지한 뒤에 주물공정에 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주물공정이 완전히 끝나면 마침내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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