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2024 공감그리고 겨울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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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마지막 한 주간을 남긴 늦은 가을, 낙엽이 겹겹이 쌓인 에덴공원에 들어섰다.
             숲길을 걷다 보니 전망대다. 나직한 주택가를 지나 부산 지하철 1호선 종점이었던 하단 가락타운이 있고
             그 너머로 낙동강이 군데군데 보인다. 낙동강 너머로 가을 저녁 붉은 노을빛은 그대로이지만 그 많던
             갈대들과 숲속 스피커에서 들려오던 클래식음악 소리는 세월에 자취를 감추었다. 강변밀크샵에서
             솔바람음악당까지 에덴공원에 흐르던 선율은 어디로 갔을까.



             에덴공원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6년 대청동 중앙교회 백준호 장로가 모친의 묘소 주변 3만여 평의 땅을
             매입한 때 탄생했다. 백준호 장로는 그곳에 나무를 심고,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가 살던 낙원을 표방하며
             ‘에덴원’으로 명명했다. 민둥산이었던 에덴원은 이제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오밀조밀한 숲길을 따라
             돌아가면 낙동강이 한눈에 펼쳐지고, 에덴원부터 을숙도까지 이어지는 갈대밭과 철새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낙동강 하구의 황금빛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부산의 사하구와 북구의 주민들에게 대표적인 유원지로 자리 잡으며 이름도 ‘에덴공원’으로 불리게 되었다.


             봄가을 행락철이 되면 에덴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질서유지를 위해 경찰기동대를 고정 배치해야 할
             정도로 붐볐다. 1970년대 에덴공원에는 둥글고 커다랗게 파인 구멍이 여러 군데 있었다. 같이 온 사람들의
             숫자가 많으면 큰 구멍에서, 숫자가 작으면 작은 구멍에서 라디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놀았다고 한다.
             한복이 외출복이었던 시절, 한복을 곱게 입고 발바닥이 뜨겁도록 흙먼지 날리며 춤을 추었던 그 시절
             어머니들의 신명이 사랑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만큼 폭행, 살인, 자살 등의 사건사고 역시 끊이지
             않는 곳이었지만, 에덴공원은 그 이름에 걸맞게 붉은 노을이 비치는 저녁이면 김모 군, 이모 양 등 이름 모를
             청춘의 아담과 이브들이 데이트를 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아베크족’의 성지로 더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01


             에덴공원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백준호 장로의 둘째 아들인 백광덕 씨가 1963년 붉은 지붕과
             굴뚝이 있는 ‘강변밀크샵’을 열면서부터이다. 화가 조수남이 간판을 만들고, 음악 감상을 위한 음향기기와
             스피커를 설치하고, 살롱 음악을 위한 무대도 만들어졌다. 남포동이나 광복동까지 나가지 않고도 좋은

             스피커로 클래식음악을 들을 수 있고, 연주할 수 있는 작은 공연장이 생긴 것이다. 시내 음악다방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음악가 오태균, 안일웅, 화가 김종식, 송혜수, 신창호, 문인 김규태, 양왕용,
             사진작가 허종배, 음악평론가 곽근수, 언론인 최화수 등이 모여들면서 강변밀크샵이 있던 에덴공원은
             예술인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클래식 마니아들과 부산시향 단원들이 찾아오면서 강변 음악회가 열렸고,
             요산 김정한은 강변밀크샵에서 서여중 교가를 작사하기도 했다. 조각배를 타고 갈대밭으로 나가면 고니가
             날고 강변의 주점 안에는 털게가 기어 다녔다.





             01    「에덴공원에 핀 버들강아지」, 『부산일보』 1973.1.5. 1판 7면 기사. 에덴공원에 핀 버들강아지, 그 아래로 소한의 추위도 잊고
                「아베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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