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2024 공감그리고 겨울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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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그리고 , 시선
내면의 힘
글. 박보은
겨울은 꽃이 지는 동시에 다음 해의 봄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차가운 땅속에서 다음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이번 겨울호를 준비하며 앞으로 뻗어나갈 힘을 가진 두 작가를 만났다. 그들은 각기 다른 작업
방식을 택하지만, 비슷한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배하람 작가는 강아지풀로, 신영주 작가는
토우로 각자의 길을 만들어낸다. 배하람 작가는 강아지풀과 같은 잡초를 다루며, 이들이 땅을 파고들어 더
자라날 거라는 희망을 건네준다. 신영주 작가는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존재들에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전달한다. 그렇게 11월 말,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나온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며 두 작가의 작품 앞에 마주
서 보았다.
배하람 작가와 신영주 작가의 작품은 각각의 지형도로 드러난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지형도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반경을 보여준다. 흘러가듯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힘이 땅 위로 자리
잡고, 이들의 작품은 일반화에서 벗어난 길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형도’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재해석한다. 배하람 작가는 흙 속에 자리 잡은 흔하디흔한 ‘강아지풀’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길을
거닐며 마주한 강아지풀을 뿌리 형태의 지형도로 나열하고,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길을 이미지와 그림의
콜라주 방식으로 확장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힌 강아지풀은 마치 그가 거닐며 마주한 풍경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일상에서 마주한 수많은 강아지풀은 명함 위로 재현된다. 명함은 우리가 일상에서 여기저기 만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흩뿌려진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했던 전화번호 때문에 쓸모가 없어진
명함에 잡초로 분류되는 강아지풀을 그려 넣음으로써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땅에서 자라나는 풀 중 쓸모없는 존재들을 잡초라는 이름으로 정의 내린다. 작가는 우리의 시각에서 쓸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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