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해양 쓰레기 산책자, 가장자리의 돌봄 _최명지 작가

글. 심규리, 김미선

쓰레기 산책자? etc () ?

'etc'가 'Edge, Trash, Care(삶의 가장자리에 있는 쓰레기를 다룬다)'의 약자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만의 'Care(돌봄)'의 방식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의미하나요?

‘Care’는 쓰레기를 단순히 수거하거나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머물렀던 시간과 상태를 살피고 다시 마주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저는 바다와 도시를 산책하며 버려진 것들을 발견하고, 그 흔적과 형태를 관찰하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쓰레기 산책자’라는 이름은 이러한 이동과 수집의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붙게 되었고, etc는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가장자리의 것들을 다루는 방식을 담고 있습니다. 저에게 ‘care’는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관계를 다시 맺어주는 일입니다!

부산스럽게 줍고,

부산의 여러 해안 중에서도 유독 자주 걷거나 애착이 가는 산책지(수집처)가 있나요? 장소마다 수집되는 쓰레기의 특징이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첫 활동지는 부산이었고, 태어나고 자라며 바다와 가까이 지낸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주로 광안리나 해운대보다 기장처럼 돌이 많은 바다를 걷는 편인데, 그곳은 밀려온 것들이 더 오래 머물며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날 고여 있는 바닷물 위에 떠 있던 플라스틱들이 햇빛을 받아 아이러니하게 아름답게 보였고, 그것을 병에 담아본 것이 작업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이 플라스틱의 종착지가 여기일 수 있겠다’는 감각이 ‘Busan Ocean Waste Object’로 이어졌고, 지금의 작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일렁일렁 파도치며 다니다 보니,

폐박스부터 바다 플라스틱, 최근 무인양품과 함께한 유리/도자기 파편까지 소재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쓰레기 중 작품의 소재(아름다운 쓰레기)를 선택하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저는 비비드한 색감을 가진 것들에 먼저 끌리는 편입니다. 쓰레기는 태초의 형태에서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예기치 않은 형태들이 저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그래서 재료를 선택할 때는 기능보다 색과 형태, 그리고 그 안에 남아 있는 변화의 흔적을 중요하게 봅니다.

여러 작품들 중, 기억에 남는 대중들의 반응과 피드백이 있다면

최근 식목일을 기념해 병뚜껑을 녹여 실물크기의 민들레를 만들어 길거리 사물 위에 올려두고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실제 꽃으로 착각하고 멈춰 서서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지나가던 무당벌레가 그 위에 올라탄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인공적인 물질이 자연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지는 순간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반응들이 제 작업이 현실과 감각 사이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첫 작업부터 지금의 작업까지 관심사와, 달라지는 관심사가 매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처음에는 쓰레기의 실물을 활용해 업사이클 굿즈를 만드는 작업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집한 쓰레기들이 점점 소중하게 느껴지면서, 그것들을 단순한 재료가 아닌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특이한 형태인 쓰레기들은 누군가에겐 불필요하고 눈 밖의 것들이지만, 저에게는 수집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각 조각들을 기록하고 그래픽으로 확장하거나, 아트북으로 엮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에 닻을 내리고, 밀물과 썰물을 유영하며

작업의 출발지인 부산에서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것에 대하여

서울에서 생활을 해보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활동이나 창업은 서울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제 작업이 바다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일상 속에서 바다를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작업의 출발점이자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티씨 블랭크의 주 활동 지역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1인 창작자로 활동 중인 현재, 지역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점은?

브랜드와의 협업이나 페어에 참여할 때 부산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놀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부산에서 수집한 것들을 통해 부산의 맥락을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제 작업에 더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기회와 이벤트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외부 활동과 병행하며 제 작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위해서는 이러한 작업을 더 넓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렁임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2026년 나의 초점, 나의 관심사

2026년에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쓰레기를 수집하고, 그 안에 담긴 형태와 색, 시간의 흔적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쓰레기는 버려지는 것이지만, 저는 그 안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움과 키치함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선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쓰레기가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공감 그리고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작업으로는 ‘Busan Ocean Waste Object’를 떠올렸는데,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것들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흘려보낸 시간들, 물건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의 작업을 통해 전달되었으면 하는 메세지와 올해 하반기 새롭게 준비 중인 프로젝트나 전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버려진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남아 우리의 환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고 버리는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시 존재하게 되는지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구요.

오는 5월 29일부터 9월까지 부산근현대역사관 금고미술관에서 열리는 《2050 해양수도 부산, 파도를 넘어 미래로》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기후 위기 속 바다 위 삶을 배경으로, 부유식 도시에 자리한 작업실을 상상하며 ‘적응’과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시입니다. 이티씨 블랭크의 전반적인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명지
버려진 것들을 따라 걷고, 그것들이 남긴 시간과 형태를 ‘이티씨 블랭크’라는 브랜드를 통해 작업으로 이어가는 쓰레기 산책자
글. 심규리
부산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기획자와 예술가를 찾고있는 소통홍보팀 사원
글. 김미선
흩어진 문장과 아이디어를 그러모아, 단단하고 트렌디한 콘텐츠로 엮어내는 기획자 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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