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도는 너무나 먼 곳이다. 나로우주센터로 알려져 있는 곳이라 이름은 익다. 잊을 만하면 어쩌다 가끔 우주발사체가 날아갈 즈음 갖가지 언론과 사람들 눈길이 모이는 곳 나로도. 염포마을은 순천 또는 여수를 거쳐 고흥군에 들어서서 연륙교(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로 이어진 내나로도를 지나 연도교(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 외나로도 끝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나로우주센터 가는 길목에 있는 마지막 마을이다.
마을 이름 염포(鹽浦) 뜻을 풀면 소금포구가 된다.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드는 자염 염전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으로 마을 이름 유래를 설명하는 자료들이 관공서 사이트나 포털에 있지만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없다. 다만 소를 부르는 소리에서 유래한 ‘앵기미’ 목장과 관련하여, ‘소음(작은 소리)개’가 ‘송개’를 거쳐 ‘소금개’로 불렸다는 구술 기록이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 한글 땅 이름을 모두 한자로 표기하면서 땅 이름 유래와 상관없이 ‘소금+개’의 소금을 먹는 소금으로 표기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 한글 땅 이름의 한자 표기 오류는 아주 많다.
염포항을 품고 있는 염포마을에서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 시작된 것은 2023년부터였다. 마을만들기 전문가들로 구성된 앵커조직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마을 기반 조사, 마을 만들기 기본계획 설계 등에 많은 인력과 시간을 보냈다. 마을 거점센터나 마을 정원 조성 사업을 시작할 무렵인 2025년 하반기에 ‘염포마을 예술캠프’가 꾸려졌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에 있다는 여건을 감안하며 전국의 다양한 예술가, 기획자들이 참여하였다. 다음처럼 장르도 지역도 다양하다.
[부산] 신용철(예술감독), 김경화(설치), 정만영(설치), 정지영(평면), 이동근(사진), 하은지(기획)
[울산] 윤은숙(평면), 이인호(시)
[광주] 고근호(입체), 문서현(입체), 김신윤주(설치), 김화순(평면)
[대구] 손승열(설치), 송채정(디자인), 서향미(디자인)
[제주] 박진희(설치)
마을에 첫 나무를 심고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 첫 나무는 당산나무가 된다. 하늘 보고 팔 뻗은 당산나무에 사람들은 기원과 염원을 담아 본을 풀고 비나리를 한다. 땅과 하늘이 이어진 한 우주가 열리는 순간이다. 언덕을 넘지 않아도 바다 너머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을은 온 우주가 비치고 온 우주를 담은 우물이다. 달과 별이 일렁이는 우물물을 함께 먹는 마을 사람들도 저마다 오롯한 우물이다. 예술가들은 마을 우주를 만나고 마을 우물을 들여다 들으러 염포마을로 갔다.
우주를 품는 예술, 우주를 담은 예술, 그리하여 우주로운 예술이라는 어려운 화두를 붙잡고 예술가들은 2025년 7월, 9월, 12월, 2026년 1월, 3월까지 다섯 번의 답사와 모임을 가졌다. 마을 들머리부터 바닷가까지 길쭉하게 상촌, 중촌, 하촌으로 이루어진 마을 곳곳을 함께 다니며 곳곳을 예술 상상력으로 물들이려고 머리를 맞대고 함께 궁리하였다. 스무 가지가 넘는 장소 바탕의 예술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었다. 몽돌해수욕장 몽돌 조형 설치 프로젝트, 마을사람 초상사진 프로젝트, 빈집을 활용한 마을미술관, 마을박물관 프로젝트, 마을 수로 벽화, 마을 정자 설치 프로젝트 등등의 재미난 프로젝트를 채비하였다.
드디어 2026년 3월 28일, 채비하고 있는 작품 일부와 작품 계획을 마을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염포마을 예술캠프 쇼케이스’를 열었다. 마을사진 프로젝트를 전시한 마을갤러리 개관행사가 있었고, 김희진+박성욱의 마을벽면 설치 작업 ‘바다해바라기’, 윤은숙+이루의 염포해수욕장 몽돌조형 작업 ‘바다찜질’을 선보일 수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마련한 제철 음식을 마을 강당에서 함께 나누며 2026년 9월에 설치할 작품 계획을 미리 보는 자리도 마련하였다.
‘염포마을 예술캠프’를 일 년 가까이 채비하고 있는 요즈음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문득 ‘예술은 존재를 궁리하고, 사회를 살피고, 역사를 가늠하는, 그리하여 무릇 예술 제 스스로를 묻는 태도, 기술, 방법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던 즈음에 쇼케이스를 마무리하고 염포마을을 지키고 있는 현장앵커조직 김희진 소장에게 기별이 왔다.
"아쉬운 소식입니다. 주말에 이곳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파도가 넘쳐 들어와 윤은숙, 이루 작가의 바다찜질 작품 반을 쓸고 갔습니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지만 좀 이르게 돌아갔네요^^ 담엔 좀 더 위쪽으로 설치해야겠습니다." 윤은숙 작가는 "절묘하네요~~ㅋㅋ 시작과 끝이 ~~", 이루 작가는 "자연으로 소멸되다니 개운하네요^^ 파도찜질 당했군요 ㅎㅎ"라고 아쉬워했다. 우리 함께 만든 대지미술 '윤은숙+이루_바다찜질_몽돌_2026' 작품은 바다에 몸을 담그고 찜질 하다 바다로 스르륵 빠져 들어갔다. 글치만 우린 9월에 다시 바다찜질을 할까 한다. 다 같이 만들어볼까?
우리 모두는 어떤 바다며 모든 바다다. 우리 바다는 이어져 있다. 2026년 9월 ‘염포마을 예술캠프’에 모두 모두 놀러 와~~~ 지구 끝 우주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