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부산의 과거와 현대를 잇는 부산근현대역사관

글. 박보은

바다의 도시를 넘어

부산을 떠올리면 흔히 바다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부산은 ‘바다의 도시’인 동시에 근대 개항과 한국전쟁, 임시수도 시기, 민주화와 산업화의 시간이 쌓인 도시이기도 합니다. 여러 시대의 기억이 한 도시에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산은 현재의 풍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소입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이러한 부산의 시간을 한 공간 안에서 마주하게 하는 곳입니다.

다시 열린 공간

중앙동에서 남포동으로 넘어가는 길, 유난히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로, 이후에는 미국문화원으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현재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공간은 2024년 개관 이후 시민에게 다시 열렸고, 지하 금고를 포함한 각 층은 전시와 문화 경험의 장소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부산의 아픈 근현대사의 흔적을 품고 있던 건물이 이제는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현재 역사관에서는 특별전시와 상설전시가 함께 운영되며,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최근 2026년 3월 2일까지 <부산의 보물섬, 영도>, <금고, 커넥티드> 특별전이 진행되었습니다. 현대미술부터 지역까지 서로 다른 전시가 층별로 구성되어, 한 공간 안에서 부산의 여러 서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하 금고의 현재

지하 금고미술관에서 열린 <금고, 커넥티드>는 2024년 동일한 전시실에서 진행된 ‘신진작가 부산 커넥티드’ 우승 작가인 이제균, 최원교의 2인전을 중심으로, 부산 청년 예술인들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관람 동선 안에는 공간의 역사성을 이해할 수 있는 도슨트 영상도 상시 상영되고 있어, 과거 한국은행의 지하 금고로 사용된 장소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접합니다.

본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실제 금고 내부로 들어가는 공간적 감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옛 사진과 오브제를 통해 과거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하고, 그 안에 놓인 동시대 청년 작가들의 작업으로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장소의 분위기를 환기합니다. ‘금고’라는 닫히고 견고한 이미지 위에 개인의 기억과 감각, 경험을 담은 현대미술이 더해지며 본 공간은 과거를 보존하는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연결되는 전시 공간으로 확장합니다.

영도를 읽는 전시

<부산의 보물섬, 영도>는 지역의 이야기를 풀어낸 전시입니다. 영도 설화에서 출발해 개항기 영도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차례로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지역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과거 영도에 정착해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오늘날 그곳에 거주하는 청년과 노년 세대 그리고 도시재생의 흐름까지 이어지는 전개는 영도라는 장소를 하나의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축적된 삶의 이야기로 바라보게 합니다. 피란민의 동네였던 장소가 지금의 생활 터전으로 변화해온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부산 전체의 기억과도 연결됩니다.

부산의 시간을 따라

상설전시는 특별전시의 흐름을 받쳐줍니다. 부산의 근대 이후 역사를 훑어볼 수 있어, 지역 이야기와 장소의 기억을 도시 전체의 시간 안에 다시 놓고 바라보게 합니다. 특별전이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면, 상설전은 그 배경이 되는 부산의 시간과 맥락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별전과 상설전을 함께 관람할 때 부산근현대역사관의 기획 의도가 더 선명하게 읽힙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의 청년 예술가와 지역의 서사를 함께 엮어내며, 역사 공간이 오늘날 문화 공간으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층마다 다른 성격의 전시가 이어지는 방식과 건물 자체가 지닌 역사성은 앞으로 어떤 주제의 전시가 기획될지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는 단순히 한 번 들러보는 전시 공간을 넘어, 부산 원도심을 돌아보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줍니다.

박보은
로컬 생산자.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부산에 대한 이야기와 연구를 기록하며 써내려가고 있다.
이전 페이지 제일 위로 다음 페이지